내가 근무 하는 요양원에는 NHK 취재진이 1년에 한 번 정도는 꼭 방문해서 카메라에 무언가를 담아간다. 아마 우리 요양원에 다국적 노인들이 많아서 그런듯 싶다. 아마도 뉴스 영상 만들기 좋은 모양이다.
잊을만 하면 찾아와서 NHK 방송국에서 취재진이 방문하여 뭔가를 찍어간다.
이번 취재 주제는 ‘보고카에리(母語帰り)’다.
‘보고카에리’라는 일본어의 의미는, 외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치매가 발현될 경우에 외국어를 잊어버리고 모국어만을 사용하게 되어 버리는 현상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취재가 시작되었다.
예전에는 일본어를 꽤 하셨지만, 치매 발현 후에 한국어로만 말을 하는 할머니를 영상에 담고 있었다.
한참 카메라로 그 할머니의 촬영이 이어졌다.
얼마 시간이 흐른 후, 요양원장이 날 불렀다.
“킴상! 키떼꾸레헹? 나니 윳떼이루까 이미 와까라헹~”
오사카 지역 일본 사투리다.
비슷한 느낌으로 번역하면, 아마
‘김씨~ 일루좀 오래이, 이 분 지금 뭐라고 하능교?’ 😲
정도가 될 듯 싶다.
나는 속으로
‘오~ 나 NHK 뉴스 출연 하는 거야?’
라고 생각하며 카메라 앞으로 걸어갔다.
취재진과 요양원원장은 나에게 할머니의 한국어를 실시간 통역해 주기를 요청했다.
그리고 나는 촬영 중인 할머니 옆에 앉았다.
그리고 할머니가 한국어로 뭐라고 말씀하시고 있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
취재진에게 열심히 통역을 해서 텔레비전에 출연 한번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들었다.
할머니는
”달력.. 너 왜.. 호호..고양이“
라는 이해 못할 단어들을 두서 없이 뱉으셨다.
통역을 해야 하는데, 할머니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한국말 인데도 불구하고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 말 없디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는 나에게, 취재진이 물었다.
”지금 할머니는 뭐라고 말씀 하시는 거예요?“
내가 대답했다.
맛따끄 이미 와까라헹~
의미는
‘뭐라카는지 전혀 모르겠네예~’ 🤪
정도의 느낌이다.
NHK 취재팀은, 나를 바라보며 ‘이사람 한국어 이해하는 거 맞아?’ 라는 표정을 지었고,
난 결국 뉴스화면에 나오지 못했다.
나만 빼고, 요양원 직원들 대부분이 티비에 출연했다.
혹시, NHK에 내 얼굴이 나오면, NHK수신료를 내볼까 했는데…
그냥 계속 안 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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