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개호시설에서 ‘크리스마스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 느낀 일기 형식의 글 입니다. 일본 노인개호시설에서의 크리스마스의 추억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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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할머니
다나카 할머니는 95세의 일본 국적의 할머니이다. 연세가 연세인지라 신체적인 건강상태는 예전같지 않으시지만 정신은 아주 건강하신 할머니이다. 치매도 없으시다.
다나카 할머니는 개호시설의 거실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신다. 다른 이용자 어르신들 뿐만 아니라 직원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신다.
95세의 연세가 말해 주듯이, 수 많은 인생의 경험이 있기에 곁에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게 되는 경우도 있다.
당신이 살아온 날들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90여년 전의 옛날은 얼마나 경제적으로 힘들었는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때로는 전혀 알지 못했던 재밌는 이야기도 해 주시며, 때로는 말도 안되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실 때도 있다.
설날이 지난 어느 날 개호시설의 거실에 앉아서 홀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시던 할머니가 나를 발견 하시더니 말을 걸어 오셨다.
“고생하네”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라며 내가 대답했고, 할머니와 대화는 계속 되었다.
“작년 크리스마스는 참 즐거웠어. 그렇지? 선물도 많이 받았고,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먹고 즐거웠어”
“그러셨군요. 할머니는 크리스마스를 좋아하세요?”
“그럼, 그럼” 이라며 대답 하시며, 나와 대화를 계속 하시기를 원하시는 눈빛을 보내셨다.
나는 해야 할 일이 있었지만, 잠깐 시간을 내어 할머니와 이야기를 더 나누게 되었다. 뭐 이용자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근무의 하나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며.
회상법
일본 개호현장에서는 고령의 노인들에게 과거의 추억을 기억해 내도록 이야기를 유도하여 대화를 많이 한다.
이것은 단순히 대화의 기술 이기도 하지만, [ 회상법 ] 이라고 하는 개호기술의 이기도 하다.
뇌의 움직임이 둔해진 노인들의 뇌를 자극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과거의 일을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과정들이 뇌를 움직이게 한다고 한다.
“다나카 할머니, 옛~날의 크리스마스는 어땠어요? 할머니의 어릴 적 크리스마스 이야기 한번 해 주실래요?”
라며 할머니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 이야기를 하실 수 있도록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그 뒤로 이어지는 할머니의 대답은 내가 예상 했던 대답이 아니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는, 크리스마스가 없었어”
“네? 크리스마스가 없었어요? 아닐 걸요? 있었을 걸요?”
그 뒤로 이어지는 할머니의 대답은 점점 산으로 갔다.
“크리스마스는 말이지… 아메리카의 설날 이란다”
크리스마스가 아메리카의 설날 이라구요?
“응? 네? 크리스마스가 아메리카의 설날 이라구요? 크리스마스는 누가 태어난 것을 기념하는 날 아닌가요?”
“아니야, 너가 어려서 잘 모르는 구나. 크리스마스는 아메리카의 설날이다”
“뭐 그렇다고 쳐요. 근데 일본은 1월 1일 설날이 따로 있잖아요. 크리스마스가 아메리카의 설날이라면 뭐하러 일본에서 크리스마스를 기념해요? 남의 나라의 설날인데?”
라며 나는 질문을 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할머니의 대답은 점점 더 산으로 갔다.
“그건 말이지… 괴로운 일본의 역사 때문 이란다”
“???”
“너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지. 아주 오래 전에 미국과 일본은 전쟁을 했단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일본은 지고 말았지”
‘아마 2차 세계대전과 일본의 태평양 전쟁을 기억하고 말씀하시는 듯 하다’ 라며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일본은 전쟁에서 지고, 미국이 하라는 대로 따를 수 밖에 없었어. 그 때, 미국은 자신들의 설날을 일본사람들도 기념 하기를 강요했지. 그 때부터 일본은 미국의 설날을 쇠게 된거야. 일본의 설날이 두 번 생기게 된 것이지. 미국의 설날과 일본의 설날.
‘…응?’ 이라는 생각을 하며, 할머니에게 질문을 다시 했다.
“억지로 강요 받는다고 남의 나라 설날을 쇤다구요? 에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할머니 말 들으면, 크리스마스가 별로 좋은 날도 아니네. 작년 크리스마스는 무엇을 위해 우리가 그렇게 즐겁게 지냈단 말인가? 미국의 설날 이라서요?” 라는 말을 할머니에게 했다.
“어찌되었든, 크리스마스는 아메리카의 설날 이란다. 잘 기억해 두렴”
산타는 미국인, 루돌프는 미국인들의 애완동물?
“저는 크리스마스가 미국의 설날 이라는 이야기는 내가 태어나서 처음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질문!!” 이라고 하며 나는 할머니와의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갔다.
“그렇다면, 크리스마스에 항상 등장 하는 산타크로스 할아버지는 누군데요?”
“그 사람은 아메리카 사람이다”
“…(마음 속으로 대답했다 – 아닌데요)…그렇다면, 루돌프 사슴은요? 그건 뭐죠?”
“그 동물은 아메리카 사람들이 집에서 키우는 동물이다”
“…(마음 속으로 대답했다 – 설마요. 누가 집에서 애완용으로 그 큰 사슴을 키우나)…”
그리고 나는 할머니에게 다시 이야기 했다.
“나는 크리스마스가 예수가 태어난 날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누구?”
“예수요. 설마 모르세요?”
“뭐야 그게?”
“크리스마스에 태어난 사람이요. 아기예수님. 진짜 몰라요?”
“몰라 그런 사람. 어찌되었든간에 크리스마스는 아메리카의 설날 이란다. 기억해 두렴.”
“네. 황당하지만, 알겠습니다” 라며 대화를 마쳤다.
크리스마스에 관해 알고 계시는 내용이 뭔가 이상해…
역사적 사실과 피해의식과 상상과 동화가 이상하게 뒤섞여 있다니…
무엇을 위해 작년에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단 말인가?
성탄절에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이 이 대화를 들었다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에 아기 예수님이 통곡을 하며 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