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노인과 대화할 때 가장 우선 순위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부정 하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실, 이것은 비단 치매노인과의 대화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사회생활의 대화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내가 누군가와 대화 하고 있을 때, 대화 내용 중 이상 하거나 잘못된 것을 지적 당한다면 기분이 좋을리 없다.
객관적으로 ‘잘못된 내용’ , ‘진실이 아닌 것’ , ‘문법에 맞지 않는 언어’ 일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다른 사람에게 지적 받을 경우, 대화는 더 이상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을 확률이 크다.
치매노인과의 대화할 때, 최우선 순위 : 상대방의 말을 부정하지 않는 것.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사쿠라 할머니에게 치매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사쿠라 할머니는 원래 한국 할머니 이기 때문에 한국 이름이 있지만, 본명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에 임의로 ‘사쿠라 할머니’ 라고 칭하겠습니다. 이 할머니는 사쿠라 꽃(벚꽃)을 좋아하십니다)
몇 달 전 까지만 해도 평범하게 대화를 주고 받았었다.
한국이 어떻고, 부산이 어떻고, 스시가 맛있고, 부침개가 먹고 싶다는 등의 평범한 대화를 나와 나누었다.
사쿠라 할머니에게 치매는 정말 갑자기 찾아왔다.
최근들어 상황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자주 하신다.
분명히 한국말인데, 다시 한 번 들어야 이해할 수 있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오늘 근무 중에 있었던 일이다.
하루의 일과가 거의 마무리 되던 저녁 6시경의 일이다.
방에서 쉬고 계시던 사쿠라 할머니가 거실로 오셨다.
그리고 커다란 창문을 바라보시더니, 머리를 갸우뚱 하시더니 나에게 이야기 하셨다.
“아니, 낮이 어디갔어?”
나는 순간 사쿠라 할머니의 말을 이해를 못했다.
“네?”
할머니는 나에게 다시 물었다.
“아니, 이상하네? 아까 분명히 낮이 있었는데? 왜 밤이지? 낮 어디갔어?”
할머니의 말을 듣고 잠시 당황했다.
‘낮이 어디 갔냐고? 뭔소리야 뜬금없이? 설마 ‘낮’을 의인화 시켜서 말씀하시는 건가?’
나는 할머니에게 대답했다.
“할머니 지금은 밤이에요. 낮은 가고 밤이 왔죠”
“그래? ‘낮’은 어디 갔는데? 이상하네?”
라고 말씀하시며,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고 계셨다.
사실 당혹스러운 것은 나였다.
내가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는지 매우 당혹스러웠다.
그렇지만, 내 감정과는 별개로 할머니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이상하네. 너가 한번 ‘낮’한테 전화 한번 해봐봐. 지금 어디로 갔는지”
사쿠라 할머니의 황당한 요구에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 잠시 고민 했다.
그리고는 할머니 앞에서 전화기를 들고 전화통화를 하는 시늉을 했다.
“아니, ‘낮’씨 지금 어디갔어요? 사쿠라 할머니가 지금 찾고 있어요. 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라고, 전화기 너머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모습을 사쿠라 할머니에게 보였다.
전화를 끊고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머니, 제가 ‘낮’에게 전화를 해봤는데요. ‘낮’은 오늘 할 일 다 끝나고 퇴근 했다고 하네요. ‘밤’하고 교대 한 뒤에 다른데 갔다고 해요. ‘낮’은 내일 낮에 다시 온대요”
라고 말했다.
그제서야 사쿠라 할머니는, 이제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한 얼굴 표정을 지으시며 나에게 이야기 하셨다.
“아… 그래? ‘낮’은 집에 갔어? 내일 낮에 다시 온대? 그럼 다행이네. 다행이야. 근데, 어디 가면 간다고 말을 하고 가야지 내가 걱정을 안하지”
라며 말을 덧붙이셨다.
그리고 평온한 얼굴을 되찾은 상태로 할머니는 본인의 방으로 들어가셨다.
황당 하기도 했지만, 할머니의 순수한 질문에 미소가 지어졌다.
나이가 들면 정말로 아이 처럼 변하듯 하다.
행동이든 생각이든 무엇이든.
이 상황은 마치 유아들을 위한 인형극에 등장하는 상황 아닌가?
해와 달을 형상화 시켜서, 낮이 등장 하면 밤이 오는 그러한 인형극에 나오는 대화 같았다.
어찌되었든 나는 할머니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음에 만족했다.
낮이 할 일 다 끝났으니 가고, 밤이 찾아 온 것은 맞지 않은가.
치매 노인들 과의 대화에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부정하지 않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 노인들과 대화는 일반적인 대화가 아니다.
섣불리 대화내용을 수정하려고 시도 한다거나, 부정하려고 하면 결국 상황이 악화될 뿐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