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일본의 개호시설의 한 어르신을 대상으로 ‘치매 등급 판정’을 실시 되었다. 일본어의 공식적인 단어는 認知症認定調査(인지증인정조사) 라고 한다. 나는 한국어 통역을 맡았다. 이에 대하여 간단하게 기술해 보고자 한다.
일본의 치매 노인에 대한 지원은 우리나라(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서 본받을 만한 것 같다.
물론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과거 때문에 노인복지의 분야(일본어로는 ‘介護分野 개호분야’ 라고 한다)는 발전과 수정을 거듭해 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본의 ‘치매 등급 판정’ 을 위한 조사
일본에서는 치매가 있는 노인에 대하여 정부 차원에서 사람을 파견하여 정확하게 조사를 한다.
일본 정부라고 하니 너무 무겁게 느껴지지만, 일본의 노인복지 정책에 따라 시군구 에서 실시하는 조사이다.
조사는 개인단위로 진행이 되고, 시군구에서 위탁한 전문가가 치매노인을 직접 방문하여 실시한다.
한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장기요양보험 등급 판정’ 이 이와 비슷한 시스템 정도 라고 생각된다.
일단, 최초 치매진단을 받게 되면 치매의 경중에 따라 등급이 나누어 진다.
개호 등급의 분류 (치매 경중에 따른 분류)
일본에서는 치매 대상자를, 要介護1〜要介護5(요개호 등급 1 ~ 요개호 등급 5) 으로 나누어 치매의 경중을 나눈다.
가장 경증의 치매가 레벨 1 이며, 가장 중증의 등급이 레벨 5 로 지정이 된다.
각 단계를 아주 간략하게 설명하면, 요개호 1 수준은 단순히 본인 주변상황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가 간헐적 으로 발생하거나 대체적으로 양호한 상태이다.
요개호 5 수준은 본인 주변의 사람들과 사물 그리고 시간의 흐름과 계절등을 분별하지 못하는 상태일 뿐 아니라, 침대에 누워서 생활하는 것이 장기간 지속 되고 있는 상태가 일반적이다.
치매 등급 조사는 정기적으로 실시
어떤 노인에게 치매가 발병된 후 한번 치매 등급이 정해지면 그 등급이 계속 유지가 되는 것이 아니며, 6개월 혹은 대상자에 따라 1년 혹은 2년에 한 번씩 조사원이 직접 파견 나와 재조사를 실시한다.
재조사를 하는 이유는, 치매의 각 레벨에 따라 지원해야 하는 금액과 시스템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치매가 더 심해진 노인을 더 돕기 위해 재조사를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치매가 한 번 발병되면, 점점 심해지기 때문이다.
한번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치매의 상태가 유지되거나 심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치매가 호전 되는 경우도 있지만, 매우 드물다.
때문에, 각 등급에 맞는 지원을 위한 명확한 실태 조사 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치매가 더 심해진 상태라면, 금전 혹은 물건을 더 지원해 주기 위한 시스템 인 것이다.
각 개인의 입장에서 그리고 치매노인이 있는 가족의 입장에서는 매우 훌륭한 제도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국가에서 더 지원해 주겠다고 하는데, 누가 마다 하겠는가?
[현재 내가 아는 지식 범위 안에서, 일본에서도 치매를 치료하는 약은 없다.
다만,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한 약들이 여러 종류가 있다.
이러한 약들을 치매약 이라고, 일본에서는 이야기 한다.
치료 보다는, 치매의 진행억제 혹은 감정조절이 주목적이다.]
결국 모국어만 남게 된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개호시설에는 한국인 할머니가 계신다. 물론 치매가 있기에 이 곳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분이다.
치매의 레벨이 4~5의 수치를 사이를 왔다 갔다 하시는 분이다.
일본에서 꽤 오래 사셨기 때문에 일본어를 꽤 잘 하셨던 것으로 추측이 되지만, 치매로 인해서 일본어와 한국어를 번갈아 사용하신다.
최근에는 주로 한국어로만 이야기를 하신다.
치매가 심히지시니, 성인이 된 후에 습득하게 된 외국어(일본어)를 많이 잊어 버리시고 모국어(한국어)를 주로 사용하시게 되신 것 같다.
치매가 심해지면,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익힌 제 1 모국어만 남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은 외국인 치매노인을 개호한 경험이 있는 사람만 알 수 있는 것 같다.
치매가 진행되면, 기억을 담당하는 뇌 기능이 아둔해 진다.
단기 기억(최근의 기억) 부터 장기 기억(몇 년전 혹은 몇 십년 전의 기억)까지 점점 잊어버리게 되며, 본인의 인생에 매우 큰 영향을 주었던 기억들(에피소드 기억)만 남게 되며, 더 시간이 지나면 이 조차도 사라진다.
인지증 인정 조사 실시 – 질문 및 실태 확인 체크
치매 등급을 조사하기 위해 찾아온 담당자는 당연히 일본인 이었으며, 할머니와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니 내가 임시로 통역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인지증 인정 조사(치매 등급 조사)의 질문들.
“김00 할머니, 안녕하세요. 치매 등급 조사를 나온 ‘나카모토’ 입니다.”
“(그저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셨다)”
“어르신,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내 이름? 내 이름은 000 이지. 그것도 몰라? 내원참.” 이라고 말씀하시며, 통역을 하고 있는 나 그리고 나카모토씨를 향해 혀를 끌끌 차셨다.
“이용자 어르신, 오늘 무슨 요일 인지 아세요?”
“(… 눈을 한 번 크게 떠서 나카모토씨를 한 번 바라본 뒤, 다시 빙긋이 웃는 모습만 보이셨다)”
“이용자 어르신, 지금 계절이 무슨 계절인지 아세요?”
“(역시나, 그저 웃기만 하시다가 한참 후에 말씀하셨다) 응? 지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추워질 때 되었나?”
이 할머니는, 365일 춥다고 하시는 분이시며, 두꺼운 이불을 덮고 계셔도 춥다고 항상 이야기 하시는 분이다.
그리고 잠시 뒤에 할머니는 말을 이어 나가셨다.
“우리 아들이 곧 나를 데리러 올거야”
전혀 현재의 상황과 맞지 않는 반응 이자, 대답이다. 이러한 모든 반응이 조사에 모두 반영이 된다.
조사원은, 할머니가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지, 스스로의 힘으로 앉아 있는 것이 가능한지, 몸을 옆으로 굴릴 수 있는지 등을 모두 체크 했다.
물론 이러한 신체 움직임은 스스로 모두 불가능한 상태 이시다.
인지능력과 더불어 위에서 언급한 신체적인 상황들도 종합적으로 개호보험을 적용받는데 영향이 되는 것이다.
“레비 소체형 인지증“
더불어 이 할머니는, 실제하고 있지 않은 (현재, 본인의 눈 앞에 존재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나 동물 들이 보이시는 것 같다.
이것은 개호 용어로 ‘착시’ 혹은 ‘환시’ 라고 하는데, 이 또한 치매의 특성 중 하나이다.
여러 종류로 분류되는 인지증 중 에서 이런 특성은 ‘레비 소체형 인지증(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런 지식이 없는 시대 였다면, ‘미쳤다’ 혹은 ‘귀신 들린 것 아닌가’ 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속칭 ‘귀신 들린 것’ 이 아니며, 사물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뇌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증상이다.
실제 예전에 그런 노인들을 향해서 ‘귀신 들린 것 아닌가’ 라는 말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어서 언급했다.
물론 현재에도 그런 개호 지식이 없는 현장 에서는 그러한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
객관적이고 통계적인 수치와 정리된 개호 지식이 없는 예전 시대에는, 얼마나 많은 이런 노인들이 ‘귀신들렸다’ 혹은 ‘늙어서 노망났다’ 라며 간단히 정의해 버리며 비인격적인 취급을 받으며 생활 했었을까.
조사 종료
마무리
‘인지증 인정 조사’를 마친 나카모토상은 통역을 맡은 나에게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한 뒤, 개호시설 대표와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료를 입력하고 검토를 해봐야 정확하게 등급이 나올 것 같지만, 아마도 4~5 정도의 레벨이 나올 듯 싶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렇게 일본의 ‘치매 등급 조사’ 인 ‘認知症認定調査(인지증인정조사)’가 마무리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