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개호시설에서는 의사 선생님이 직접 오셔서 어르신들을 진료하시는 ‘왕진(往診)’ 이 아주 일반적이다. 한국에서는 단어만 들어보았지, 의사선생님이 직접 집으로 방문하거나, 복지시설 등으로 진료를 위해 오시는 경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매우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듯 하다.
왕진 그리고 담당의사
일본 어르신들은 거의 대부분 ‘주치의’ 및 ‘담당의사’ 가 있다. 물론 두 단어는 같은 의미이다.
일본사람들의 특성상 본인의 거주지를 잘 벗어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한 번 살기 시작한 동네를 잘 벗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한 번 동네에 있는 작은 병원에 진료를 다닐 경우, 거의 몇 십년을 이용하고 있는 경우가 흔한 것 같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해당 병원의 의사는 ‘그 동네’ 의 대부분 주민들의 특성과 병력을 왠만큼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주민들이 나이가 들어 ‘개호시설’로 입소하게 되면, 개호시설에서는 어르신들이 진료를 위해 이동하기 힘들어 지면, 해당 ‘담당의사’는 개호시설로 직접 방문하게 된다.
이렇게 ‘담당의사’가 본인의 환자를 위해, 개호시설로 방문하는 것을 ‘왕진’ 이라고 한다. 이는 의료용어 이며, 또한 개호용어 이기도 한다.
그래도 내가 근무하는 개호시설에서는 모든 어르신의 담당의사가 있으며, 입소 전에 담당의사가 없으셨던 분은 자주 오시는 의사분을 ‘담당의사’로 연결 해드리고 있다.
왕진 – 에피소드 한 가지
얼마 전 85세의 한국 할머니 한 분이, 내가 근무하고 있는 개호시설(요양원)에 새로 입소하셨다.
할머니는 ‘담당의사’가 없으셨다. 일본에서 오래 생활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잘 이용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할머니와 앞으로 담당하게 될 의사선생님과의 첫 만남의 날 이었다.
할머니는 일본어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셨다. 때문에 통역이 필요했으며, 임시로 내가 맡아 통역을 하기로 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먼저 말문을 여셨다.
“最近、特に痛い所ありますか?”
할머니는 눈을 멀뚱멀뚱 하시며, 의사선생님을 바라보셨다.
나는 바로 옆에서 통역을 했다.
“할머니, 요새 어디 특별히 아프거나 하는 곳 있어요?”
할머니가 나를 한 번 쳐다보시더니 대답했다.
“온 몸이 안아픈데가 없다 이놈아!”
“아니, 지금 그런 말 하실 때가 아니구요, 특~별히 아프신 곳이 있냐구요”
“아니, 온 삭신이 다 아프다니까? 얘 좀 봐라. 내가 거짓말 치는 줄 아네~ 니도 내 나이 되봐라! 안 아픈 곳이 있나!!”
“아니~ 그게 아니고~ 요새 특~~~별히~~~”
“아, 시끄러!!! 저리가!!!”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나서 일본인 의사선생님께 말을 전달했다.
“특별히 아픈곳은 없으신 것 같습니다 데쓰” (나)
“뭔가 두 사람이 길게 대화를 했던 것 같은데 데스까?” (의사)
“아, 그게… 사실… 온 몸이 아프시답니다. 안 아픈데가 없다고 하십니다 데쓰”(나)
옆에 서 있던 간호사들과 시설장 모두가 순간 “풋!” 하고 웃고 말았다. 🤭 😂
의사 선생님은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시더니, 다른 어르신을 향해 이동하셨다.
왕진 진료 과목
옆에서 느끼기에, 왕진의 진료 과목은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내가 곁에서 지켜 보기에 자주 오시는 선생님들의 과는,
‘내과’ 가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치과’가 많았고 ‘정신과’ 선생님이 오셨다.
아마도 그 외의 과, 예를 들어 ‘안과’ 혹은 ‘정형외과’ 등은 관련 설비 및 기구가 없으면 진료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