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누구에게 기대어 쉴 수 있을까

어린 아이는 엄마에게 기대어 쉴 수 있다. 청소년기와 청년기에는 친구들에게 기대어 쉴 수도 있을 것이다. 결혼 후라면 배우자에게 기대어 쉴 수 있을 것이다. 노년기에 접어든 나이라면 어느 정도는 자녀들에게 기대어 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초고령의 노인의 경우에는 누구에게 기대어 쉴 수 있을까? 치매에 걸린 노인이라면 누구에게 기대어 쉴 수 있을까?

일주일 중 3일간만 요양원에 머무는 할머니가 계신다.

크리스마스 기간 중에 요양원에 머무는 기간을 연장하여,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부터 요양원에서 지낼 수 있냐는 부탁을 딸로부터 받았다.

그 다음날인 크리스마스 이브.

할머니의 기침과 고열이 갑자기 시작되었다.

요양원에는 감기증상을 가진 어르신과 직원들이 한 명도 없는데, 아마도 외부에서 감염되어 요양원에 오신 모양이다.

딸에게 바로 연락을 취해서, 병원에 모시고 갈 것을 요구 하였다.

전화를 받았던 딸은 바빠서 전화를 오래 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

더불어 일이 바빠서 어머니를 만나러 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딸의 집은 요양원에서 차로 2분 거리이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의미이다.

끊기지 않는 기침과 고열로 누워있는 할머니를 지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옷을 입히고, 양말을 신기고, 마스크를 씌워 드리고, 무릎담요를 드린 후 요양원 근처의 개인 병원(클리닉)에 갔다.

결과는 유행중인 인플루엔자.

요양원은 집단 시설 이기 때문에, 전염 위험을 가진 증상이 나타나면, 자택으로 돌아가 일정시간 요양하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 때, 집단감염으로 우리 요양원이 난리가 난 이후부터 정해진 규칙이다.

다시 딸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유행성 인플루엔자에 감염되었으니, 집으로 모시고 가라고 딸에게 연락했다.

딸은, 크리스마스라 곤란 하다고 했다. 크리스마스라 곤란하다. 무슨 의미인지.

요양원에서 알아서 하라고 덧붙여 말한다.

기가 막혀서 할 말이 없다.

그 와중에, ‘초근접 으로 병원에 동행 했던 나는 괜찮은 건가?’ 라는 생각을 하며, 병원에서 할머니를 모시고 돌아오는 길에 잠깐 염려했던 내 자신이 한심하고 추하다.

전염위험을 걱정하는 요양원.

집으로 모시고 가길 거부하는 딸.

그와중에 본인 걱정하고 있는 나.

기가 막히다.

사랑과 안식의 크리스마스이브 인데,

모두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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